부유층의 전유물 된 공룡 화석
일부 학계 "연구에 심각한 타격" 우려도
최근 일부 자산가들 사이에서 공룡 화석이 부와 권위의 상징으로 소비되면서, 과학계 내부에서는 고생물학 연구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거스'라는 애칭이 붙은 거대한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이 이날 뉴욕 소더비 경매장에 나올 예정입니다.
약 6천700만 년 전 지구를 누볐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 화석은 높이만 3.8m에 이릅니다. 현재까지 발굴된 티라노사우루스 뼈대 가운데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크기가 크고 보존 상태가 우수하여, 예상 낙찰가는 2천만 달러에서 3천만 달러(한화 약 298억~447억 원) 선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해당 화석은 앞서 2021년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하딩 카운티에 위치한 어느 목장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후 민간 발굴 업체인 테로포다 엑스퍼디션스가 땅 주인의 동의를 구한 뒤 3년에 걸쳐 발굴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화석의 이름인 '거스' 역시 이 토지 소유주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 치솟는 낙찰가와 유명인들의 수집 열풍
참고로 역대 공룡 화석 경매 최고가는 2024년 소더비 경매에 등장했던 초식 공룡 스테고사우루스 화석이 기록한 바 있습니다. 당시 '에이펙스'라는 이름으로 출품된 이 화석은 4천460만 달러(약 664억 원)에 새 주인을 찾았습니다.
경매 시장에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이 최초로 등장한 시기는 1997년입니다. 그 당시에는 시카고 필드 박물관 측이 개인 기부자를 비롯해 맥도날드 등 유력 기업들의 후원을 이끌어내어 4m 높이의 화석을 8백만 달러(약 119억 원)에 품에 안았습니다.
하지만 가디언은 그 사건 이후 할리우드 스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포함한 재력 있는 유명인들 사이에서 공룡 화석 수집이 하나의 취미 생활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습니다.
◆ "박물관은 속수무책"… 깊어지는 학계 시름
학계 전문가들은 보존 상태가 훌륭한 공룡 화석을 찾아내는 것 자체가 매우 경이로운 성과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귀중한 사료들이 줄지어 경매장으로 향하는 현상에 깊은 우려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몽골이나 브라질 등 일부 국가의 경우 발굴된 모든 화석의 소유권이 국가에 귀속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미국 등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국 버밍엄 대학교에서 척추동물 고생물학을 연구하는 리처드 버틀러 교수는 "공룡 화석을 지위의 상징이나 상품으로 구매한다는 생각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박물관이 감당할 수 없는 가격에 공룡 화석이 판매되고 있어 과학에 큰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의 스티븐 브루사티 교수 역시 "경매는 합법적이지만 과학자로서는 걱정이 된다"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공룡 화석이 수천만달러에 낙찰된다면 과학자나 박물관, 대학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며 "그런 가격은 엄청나게 부자인 사람만 감당할 수 있다"고 탄식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낙찰자가 본인의 소장품을 박물관에 대여하거나 기증하는 긍정적인 사례도 존재한다고 반론하지만, 본격적인 학술 연구를 진행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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