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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단독] 비올라 못 가져간 KAIST생, 애플 팀 쿡 앞에 섰다

기사입력
2026-07-14 오전 10:32
최종수정
2026-07-14 오전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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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글로벌 우수 수상자 정윤재 씨 단독 인터뷰
"여러 시간 버전의 데모 준비"… 그가 애플에서 배운 발표법

비올라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손가락은 지판을 짚듯 움직였고, 팔은 활을 켜듯 움직였습니다.

그러자 아이폰에서 비올라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 앞에서 이 장면을 직접 시연한 주인공은 KAIST 융합인재학부에 재학 중인 정윤재 씨(21)입니다.

정 씨는 애플의 학생 개발자 대회인 '스위프트 스튜던트 챌린지'에서 전 세계 우수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그가 만든 앱은 비올라를 배우고 연주할 수 있는 '레비올라'입니다.

TJB NEWS는 뉴욕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고 있는 정 씨를 줌인터뷰로 만나 팀 쿡 앞 시연의 뒷이야기와 애플 본사에서 배운 발표 방식 그리고 AI 시대 개발자에게 필요한 능력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 비올라를 두고 떠난 뉴욕, 앱이 된 그리움

레비올라는 아이폰으로 비올라를 배우고 연주할 수 있는 앱입니다.

정 씨는 KAIST 오케스트라에서 비올라를 처음 접했습니다. 2년가량 레슨을 받으며 연주를 이어왔지만, 교환학생으로 미국 뉴욕에 가게 되면서 비올라를 가져갈 수 없었습니다.

아이디어는 그 아쉬움에서 시작됐습니다.

"클래식 공연을 보러 갔을 때 갑자기 비올라 연주가 너무 하고 싶었습니다. 악기를 갖고 있지 않은 환경에서도 연주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앱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앱은 크게 세 가지 기능으로 구성됐습니다.

비올라라는 악기를 배우는 기능, 악보 읽는 법을 익히는 기능, 아이폰을 지판처럼 사용하거나 카메라로 손동작과 몸동작을 인식해 연주하는 기능입니다.

정 씨는 "왼손 손동작과 오른쪽 팔 동작을 인식해 연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악기를 처음 보는 분들도 신기하게 봐줬다"고 말했습니다.

초보자에게는 악보 학습을 돕고, 연주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악기 없이도 손가락 연습이나 간단한 연주를 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 "팀 쿡 앞 발표는 거의 기억이 없습니다"

정 씨는 처음부터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앞에서 발표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습니다.

당초 그는 애플 임원에게 앱을 시연할 예정이었고, 이를 위해 애플 PR팀과 여러 차례 줌 리허설을 하며 대본을 다듬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습니다.

이후 현장에서 예상치 못하게 팀 쿡 CEO에게도 다시 앱을 소개하게 됐습니다.

"앞서 다른 임원에게 먼저 발표를 해본 뒤라 그런지, 팀 쿡 앞에서는 그냥 자율주행 모드처럼 말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팀 쿡에게 발표했던 순간은 거의 기억이 없습니다."

꿈같은 시연이었지만, 정 씨가 애플에서 가장 인상 깊게 배운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발표를 준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 애플이 알려준 PT 핵심…"시간별 데모를 준비하라"

정 씨는 애플에서 배운 발표 요령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말로 "여러 시간 버전의 데모를 만들어두라"는 조언을 꼽았습니다.

"어떤 한 가지 버전의 PT만 준비하지 말고, 시간에 맞는 여러 버전을 만들어두라는 조언이 기억에 남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반드시 보여줘야 하는 핵심 기능만 담은 압축 버전, 조금 더 여유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버전, 앱 전체를 보여주는 버전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는 겁니다.

정 씨는 "언제 어떤 기회가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놓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 "AI 시대엔 코딩보다 설명 능력이 중요해질 것"

정 씨는 이번 앱 개발 과정에서 AI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애플의 프로그래밍 언어인 '스위프트'를 처음 사용해보는 입장이었지만, AI 협업 코딩을 통해 아이디어를 빠르게 구현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디자이너들이 개발하기 정말 쉬워졌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바로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정 씨는 앞으로 개발자에게 필요한 능력도 달라질 것이라고 봤습니다.

단순히 코딩을 잘하는 것보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정확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아이디어 자체보다 자기 아이디어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을 같이 문제라고 느끼는 사람들을 찾아야 유저가 확보됩니다."

◇ 애플 파크에서 만난 개발자들

어릴 때부터 애플을 좋아했다는 정 씨에게 애플 파크 방문은 꿈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는 애플 개발자와 세계 각국의 수상자들을 만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으로 "각자만의 스토리"를 꼽았습니다.

"본인이 열정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결국 이런 곳에 다다르게 되는구나라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다른 개발자들의 사례도 큰 자극이 됐습니다.

에어팟 센서를 활용해 자세를 점검하는 앱, 손글씨로 다이어리를 쓰는 앱, 서핑을 좋아해 파도와 기상을 관측하는 앱 등을 보며 기술보다 먼저 '좋아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힘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게 있으면 유저를 얻고 확장하는 과정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정 씨에게 레비올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비올라를 향한 그리움에서 출발한 아이디어가 앱이 됐고, 그 앱은 애플 경영진 앞에서 시연되는 경험으로 이어졌습니다.

◇ 비올라에서 오케스트라로

정 씨는 레비올라를 올해 하반기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비올라 버전은 거의 완성됐지만, 초보자가 실제 연주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더 보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앞으로는 비올라를 넘어 다른 악기로도 확장할 계획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앱으로 가상의 오케스트라 연주까지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일단 빨리 만들어보세요"

정 씨는 오는 8월 말 군 입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카투사로 복무할 예정인 그는 군 복무 기간에도 주말 등을 활용해 앱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새로운 기술을 공부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앱 개발을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단순하지만 분명한 조언을 남겼습니다.

"뭐든지 빨리 만들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세상을 바꿀 완성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낀 불편함을 직접 해결해보는 경험이라는 겁니다.

"지금 만든 앱이 기존 앱을 이길 필요는 없습니다. 만들어보는 경험 자체가 중요합니다. 본인이 불편하다고 느낀 것을 바로 해결해보려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올라를 들고 가지 못한 아쉬움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는 아이폰 속 비올라가 됐고, 팀 쿡 앞 시연으로 이어졌습니다.

정 씨가 애플에서 배운 것은 결국, 좋아하는 것을 끝까지 파고들고 그것을 세상에 설명하는 힘이었습니다.

정윤재 씨의 인터뷰 전체 영상은 TJB NEWS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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