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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살해했으나 기소되지 않았다 왜?...'죽은 자들은 말한다'

기사입력
2025-08-28 오전 08:37
최종수정
2025-08-28 오전 08:37
조회수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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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나이에 딸을 본 필리프는 아내가 죽은 뒤 딸 마리를 정성껏 키웠습니다. 장성한 딸은 독립해 집을 나가게 됐고, 필리프는 이제 홀로 남았습니다.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본 필리프는 딸이 의지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나는 게 남은 소원이었습니다.

그러나 마리는 전혀 남자를 만나지 않았습니다. 동성애에 대해 혐오증을 가진 아버지는 딸이 동성애자가 아닌지 의심했습니다. 어느 날 마리가 동성 친구 아멜리를 집에 데려왔을 때, 아버지는 반은 의심 섞인 목소리로, 또 반쯤은 딸이 동성애자가 아닐 거라는 기대에 차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 그렇다면 네가 레즈비언은 아니라는 이야기구나. 천만다행이다. 내 딸은 절대 남자를 데려오지 않거든. 그래서 얘가 여자아이를 데려오면 걱정이 돼."

아버지는 농을 섞어가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지만, 마리의 가슴은 철렁였습니다. 마리는 사실 레즈비언이었고, 아멜리가 그녀의 동성 파트너였기 때문입니다. 아멜리와의 관계가 깊어지자 마리는 동성애를 혐오하는 아버지가 둘의 관계에서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애정 앞에서 아버지에 대한 사랑은 허망하게 꺾였습니다. 마리는 어느 늦은 밤, 아버지 집을 방문해 거치된 9㎜ 권총으로 잠든 아버지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탕탕탕……. 모두 13발이었습니다.

마리 아버지 필리프가 숨진 채 발견되자, 경찰이 부검의인 필리프 복소 박사를 찾았습니다. 부검 결과, 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출혈이 사인이었습니다. 마리의 총격이 있기 3시간 30분 전에 아버지는 이미 죽어 있었던 것입니다.

마리는 친부 살해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불의(不義)이자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으나 검찰에 기소되진 않았습니다. 부검을 집도한 필리프 복소 박사는 설명합니다.

"마리가 총을 쐈을 때 아빠 필리프가 이미 죽어 있었다면, 마리는 그를 죽이지 않은 셈이다. 따라서 그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될 수 없었다. 총알이 심장을 관통했으므로, 만약 총을 맞은 당시에 그가 살아 있었다면 분명히 그를 죽인 것이었겠지만 말이다. 다시 말해 마리는 살인할 의도는 있었을지언정, 그리고 그 의도를 달성하기 위해 매우 적절한 수단을 사용했을지언정, 살인자는 아니었다. 마리는 운이 매우 좋았다."

최근 출간된 '죽은 자들은 말한다'(민음사)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책은 벨기에 법의학자 필리프 복소가 30여년간 사건 현장에서 죽은 자들의 사인을 밝혀낸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아내를 죽인 후 시신을 돼지 먹이로 던져주며 완전 범죄를 꾀하고, 죽은 줄 알았던 딸이 살아 돌아오며, 수십 년간 발견되지 않았던 시신이 미라 형태로 발견되는 등 기이한 사건들이 수록됐습니다.

흥미롭고, 가독성도 높지만 읽는 데 주의가 필요합니다. 부검에 대한 묘사, 시체 썩는 과정에 대한 세밀한 전개 등 만만찮은 문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특정 장면에 대한 묘사가 그렇습니다. 시각적으로도, 후각적으로도 강한 잔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나면 허공에서 윙윙거리는 파리의 날갯짓 소리가 환청처럼 들릴지도 모릅니다. 최정수 옮김. 2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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