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한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대전의 급식 조리원들의 파업 사태, 그 중심엔 바로 '미역'이 있습니다.
조리원들은 길고 무거운 '통 미역' 대신
손질이 쉬운 '자른 미역' 사용을 요구하며
쟁위 행위에 들어간건데요
이게 그렇게 받아 들이기 힘든 일인지
그 조리방식과 교육청의 입장 등을
저희가 하나 하나 짚어보면서
해결 방법을 모색해 봤습니다.
조형준 기자가 집중취재를 통해 이 문제를
자세하게 들여다 봤습니다.
【 기자 】
이번 대전 급식 조리원들의
쟁의 행위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특정 조리 방식과 식재료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무거운 덩어리 고기와
긴 통미역처럼,
손질이 어려운 식재료를
조리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실제 대전의 한 중학교에선
미역 없는 미역국,
미역이 절반만 들어간 초무침이
급식에 나오는 등
'통 미역'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조리원들은 전처리 된 '자른 미역' 사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민태호 / 전국학교비정규직 노조 위원장(지난 23일)
- "물에 불리면 50m가 되는 미역을 직접 잘라 미역국을 끓이고.."
실제로 통 미역과 자른 미역을
직접 구매해 비교해 봤습니다.
두 미역을 그릇에 담아보니
같은 무게이지만 부피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20분 간 물에 불리자
두 미역의 부피는 비슷했지만,
통 미역의 길이가
자른 미역보다 3~4배 이상
길어져 추가 손질이 필요했습니다.
가격은 자른 미역이 통 미역보다
100g 당 최대 60%가량 비쌌는데,
비슷하거나 오히려 통 미역이
더 비싼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전시교육청은
실제 학교 급식도 특정 상품만
사용하도록 정해진 게 없다보니
어떤 미역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럼 자른 미역을
통 미역 대신 급식에 사용하는 게
규정상 가능한지도 따져봤습니다.
학교 급식 식재료는
품질관리기준에 따라
엄격히 선정되고 있습니다.
돼지고기는 2등급 이상,
닭고기는 1등급 이상 만을
사용해야 합니다.
미역과 같은 수산물은
원산지가 표시된 것 중
상품 가치가 '상' 이상인 것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데,
자른 미역도 이런 기준들만 만족하면
원칙적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수산물의 전처리는
해양수산부에 등록된
가공시설에서 이뤄져야 하는 등
몇 가지 기준이 더 있긴 하지만
제도적으로 가공된 식재료를 쓰는 게
불가인 건 아닙니다.
식재료 선정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결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선
급식 메뉴별 조리 방법이 달라
전처리 식재료 사용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명문화된 규정 이외의 문제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교육청은 이에 대해
식재료가 품질관리기준에
부합하기만 하면
나머지는 학교별 사안이라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노조 측에선 조리 공정 간소화,
그 중에서도 식재료 변경을
교섭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언급하며
자른 미역뿐 아니라
계란도 액상란으로,
고기는 썰어진 상태로 공급해
조리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급식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길어지면
결국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청이 안정적인 급식 제공을 위한
명확한 식재료 가이드라인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TJB 조형준입니다.
(영상 취재: 김일원 / 최운기 기자)
TJB 대전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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