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헤르츠파·광주파수빗 결합해 전극 분해 없이 두께와 소재 특성 동시 측정
0.2초 검사로 생산라인 적용 가능…리튬이온·전고체 배터리 품질관리 기대
전기차 화재나 폭발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배터리 전극의 미세한 두께 차이를 배터리를 분해하지 않고도 나노미터 수준으로 찾아내는 초정밀 검사기술이 개발됐습니다. 생산 단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불량을 미리 찾아내 배터리 품질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KAIST 기계공학과 김영진 교수 연구팀이 테라헤르츠파와 광주파수빗을 결합해 리튬이온배터리 전극의 두께를 비접촉·비파괴 방식으로 머리카락 굵기의 1만분의 1 수준까지 정밀하게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리튬이온배터리의 전극은 전기를 저장하고 이동시키는 핵심 부품입니다. 제조 과정에서 두께가 일정하지 않으면 충전과 방전 때 특정 부위에 전류가 몰려 열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발열이 누적되면 배터리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해 화재나 폭발로 이어지는 열폭주의 위험이 커집니다. 전극의 두께를 생산 단계부터 균일하게 관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기존 검사 방식은 정밀도와 속도, 생산라인 적용성 가운데 일부를 포기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X선 컴퓨터단층촬영은 내부 구조를 자세히 볼 수 있지만 검사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초음파 기반 음향현미경은 시료에 액체를 접촉시켜야 하고, 레이저 변위센서는 빠르게 측정할 수 있지만 전극 내부의 상태까지 정밀하게 분석하기 어렵습니다.
연구팀은 빛과 전파의 중간 주파수 영역에 있는 테라헤르츠파를 전극에 쏘아 내부 정보를 얻었습니다. 이어 빛의 주파수를 일정한 간격으로 나눈 광주파수빗을 초정밀 측정 기준으로 활용해 반사 신호를 분석했습니다.
테라헤르츠파는 전극의 앞면과 뒷면 사이를 여러 차례 왕복하며 일정한 간격의 간섭무늬를 만듭니다. 연구팀은 '파브리-페로 간섭'으로 불리는 이 무늬를 자의 눈금처럼 읽어 길이를 재듯이 전극 두께를 계산했습니다.
이 방식으로 별도의 보정 절차 없이 전극의 두께와 복소 굴절률(빛이 물질을 얼마나 잘 통과하고 얼마나 흡수되는지를 나타내는 소재의 광학적 특성)을 동시에 측정했습니다.
연구팀은 두께가 사람 머리카락 한 올과 비슷한 50∼150마이크로미터인 배터리 전극을 대상으로 성능을 검증했습니다.
측정 시간은 생산 속도에 맞춰 조절할 수 있습니다. 0.2초의 짧은 측정만으로도 음극은 70.1나노미터, 양극 465.5나노미터의 미세한 두께 차이까지 구분했습니다.
음극 기준으로 머리카락 굵기의 약 1천400분의 1에 해당하는 정밀도입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배터리 생산라인에서 실시간 검사에 활용할 수 있는 속도입니다.
측정 시간을 25.6초로 늘리자 정밀도는 더 높아졌습니다. 음극은 7.8나노미터, 양극은 25.2나노미터까지 구분했습니다. 음극 측정값은 머리카락 굵기의 약 1만분의 1에 해당합니다. 기존 시간영역 분석 방식과 비교하면 정밀도가 최대 100배 높아졌습니다.
한 지점의 두께뿐 아니라 전극 전체의 두께 분포를 3차원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생산 과정에서 두께가 달라지는 모습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습니다.
전극이 최대 45도 기울어진 상태에서도 정확한 측정이 가능했습니다. 연구팀은 빠르게 이동하거나 일부 기울어질 수 있는 실제 생산 공정에도 적용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기술은 리튬이온배터리뿐 아니라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전고체 배터리 생산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극의 미세한 불균일과 소재 특성 변화를 조기에 발견해 불량품이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김영진 교수는 "이번 기술은 전극의 두께와 소재 특성을 별도의 보정 없이 동시에 측정하는 통합형 계측 기술"이라며 "차세대 리튬이온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생산라인의 실시간 품질관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KAIST 강구선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달 10일 자로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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