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추적 결과 대장암 발생 34% 감소
시간 지날수록 예방 효과 더 커져
사람의 위 속에 사는 세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제거하는 치료가 위암뿐 아니라 대장암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양대·이화여대·성균관대 의대 공동 연구팀은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를 받은 사람은 치료받지 않은 사람보다 대장암 발생과 사망 위험이 크게 낮았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위장병·간장학(Journal of Gastroenterology and Hepatology)'에 발표했습니다.
헬리코박터균은 위 점막에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위암의 주요 원인입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처음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를 받은 성인 93만여 명을 평균 12.4년간 추적하고, 같은 연령과 성별의 일반인과 대장암 발생 위험을 비교했습니다.
분석 결과 제균 치료를 받은 사람의 대장암 발생 위험은 대조군보다 34% 낮았습니다. 대장암으로 사망할 위험도 49% 감소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방 효과는 특정 연령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30대부터 70세 이상까지 대부분 연령층에서 대장암 위험이 감소했고, 특히 50대와 70세 이상에서는 발생 위험이 약 38% 낮았습니다.
치료 후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는 더욱 뚜렷했습니다.
제균 치료 후 5년 미만에서는 대장암 위험이 약 20% 감소했지만, 10년 이상이 지나자 위험 감소 폭은 48%까지 커졌습니다.
연구팀은 대장암이 오랜 기간에 걸쳐 발생하는 질환인 만큼 헬리코박터균 제거에 따른 효과도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커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연구진은 헬리코박터균이 만성 염증을 유발하고 장내 미생물 균형을 무너뜨려 암 발생 환경을 만들 수 있지만, 제균 치료를 하면 염증이 줄고 장 점막 기능이 회복되면서 대장암 발생 위험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 의대 연구팀이 2024년 '임상 종양학 저널'(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 발표한 논문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미국의 재향군인 81만2천736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람은 비감염자보다 대장암 발생률이 18%, 대장암 사망률이 12% 각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치료하지 않은 사람은 대장암 발생률이 23%, 대장암 사망률이 40% 각각 높았습니다.
헥리코박터균 관련 권위자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는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가 위암뿐 아니라 대장암 예방에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위암과 대장암 발생이 모두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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