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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나는 과학] "저온에서 열을 전기로"…성능·비용·환경 다잡은 열전소재

기사입력
2026-03-31 오전 12:02
최종수정
2026-03-31 오전 12:02
조회수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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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금속 없이 상용 소재 성능 근접
저온·상압 공정 구현…반도체·폐열 발전 활용 기대

스마트폰이 뜨거워지면 성능이 떨어지고, 데이터센터는 열을 식히기 위해 막대한 전력을 소모합니다. 자동차 배기가스나 공장 설비에서는 막대한 열이 나옵니다.

이처럼 일상과 산업 전반에서 많은 열이 발생하지만 대부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그대로 버려집니다. 이 열을 전기로 바꾸거나 반대로 전기를 이용해 냉각 또는 가열하는 핵심 기술이 바로 열전 소재입니다.

열전 소재는 온도 차이를 전기로 바꾸는 '제백 효과' 방식과 전류를 흘려 표면을 냉각시키는 '펠티어 효과 방식으로 나뉩니다. 펠티어 방식은 이미 노트북의 냉각 쿨러, 캠핑용 소형 냉장고 등 냉각 용 제품으로 쓰이고 있고, 제백 방식은 우주 탐사 장비의 열전 발전기 등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산업적 활용도는 여전히 극히 제한적입니다.

문제는 성능과 비용, 환경입니다. 기존의 대표적 상용 소재인 비스무스 텔루라이드는 성능은 우수하지만 텔루륨 같은 희귀금속을 사용해 가격 변동성이 크고, 독성 문제도 단점입니다. 또 제조 과정 역시 고온·고압 공정을 필요로 해 에너지 비용이 높고 공정이 복잡합니다.

그동안 버려지는 열을 활용하는 기술은 이상과 달리 생산 비용과 환경 부담이 커 상용화가 쉽지 않았습니다.

한국화학연구원 강영훈 박사팀이 기존보다 훨씬 낮은 온도와 압력 조건에서도 높은 성능을 유지하면서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갖춘 은 셀레나이드 기반 열전 소재를 개발했습니다.

◆ 소재 전략 "은과 셀레늄 두 가지로 단순화"

연구팀은 은 셀레나이드(Ag₂Se)를 기반으로 열전 소재를 설계했습니다.

기존 상용 소재와 달리 은(Ag)과 셀레늄(Se) 두 가지 원소만 사용해 재료 구성을 단순화했고, 제조 과정에서도 유해 물질이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성을 확보했습니다.

또 상대적으로 매장량이 풍부한 원소를 사용해 가격 안정성과 공급 측면에서도 장점을 갖습니다.

◆ 공정 혁신…"수용액 합성→저온 열처리"

핵심은 제조 방식입니다.

연구팀은 먼저 은 셀레나이드 나노입자를 수용액 공정으로 합성한 뒤, 여기에 셀레늄을 추가로 첨가한 새로운 조성(Ag₂Se₁.₂)을 설계했습니다.

이후 간단한 열처리 공정을 통해 고밀도 열전 소재를 구현했습니다.

특히 셀레늄이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액체로 변하는 특성을 활용해 입자 간 결합을 촉진하는 '액상 소결'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열처리 과정에서 액체 상태의 셀레늄이 은 셀레나이드 나노입자 사이를 채우며 결합을 촉진해 별도의 고압 공정 없이도 치밀한 구조를 만들어 냅니다.

◆ 무엇이 달라졌나…"고온·고압 없이 성능 확보"

기존 열전소재는 1,000℃에 가까운 고온과 수백 MPa의 고압 공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반면 이번 소재는 약 350℃ 수준의 열처리만으로도 성능을 구현했습니다.

공정 단순화와 에너지 비용 절감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달성한 것입니다.

◆ 성능 수준…"상용 소재에 근접"

이번에 개발한 소재는 열전소재의 성능을 나타내는 지표인 zT 값이 393K(약 120°C)에서 약 0.927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상용 소재인 비스무스 텔루라이드 계열(zT?1.0)에 근접한 수준입니다.

특히 전기 전도성은 유지하면서 열전도도를 낮추는 구조를 구현해 효율을 끌어올렸습니다. 또 압축 강도와 탄성률도 기존 대비 2배 이상 향상돼 실제 제품 적용 가능성도 높였습니다.

◆ 왜 중요한가…"희귀금속·독성 문제 동시 해결"

기존 열전소재는 텔루륨, 안티모니 등 희귀금속과 독성 물질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 소재는 은과 셀레늄만을 활용해 재료를 단순화해 희귀금속 의존도를 낮추고 저온 공정으로 제조 비용을 줄였습니다. 또 제조 공정에서 유해 물질 배출 없어 친환경성까지 확보했습니다.

이는 그동안 열전 기술의 확산을 가로막던 성능과 제조 비용과 환경 부담, 세 가지 장벽을 동시에 해결한 것입니다.

◆ 어디에 쓰이나…"데이터센터·폐열 발전까지"

이 기술은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배터리, 데이터센터 냉각 등 온도 제어용 소재로 활용이 가능하고, 장기적으로는 산업 폐열을 활용한 발전이나 웨어러블 기기 전원으로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열을 전기로 바꾸는 제백 효과 기반 발전 기술은 탄소중립 정책과 맞물려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활용 범위는 더욱 넓어질 전망입니다.

◆ 산업적 의미…"공정 혁신이 만든 경쟁력"

이번 성과는 단순한 소재 개선이 아니라 제조 공정의 구조 자체를 바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복잡한 도핑이나 고비용 장비 없이도 성능을 확보함으로써 대량 생산과 비용 절감 가능성을 동시에 열었습니다.

열전소재 시장이 2030년 12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번 기술은 에너지 효율 산업의 핵심 소재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이번 성과는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Advanced Composites and Hybrid Materials에 지난 1월 게재됐습니다.

◆ 남은 과제…"상용화까지는 시간 필요"

현재 기술 수준은 연구실 단계(TRL 4)에 머물러 있습니다.

향후 다양한 환경에서의 안정성 확보와 대량 생산 공정 최적화가 필요하며, 실제 제품에 적용하기 위한 회로 설계 기술도 함께 발전해야 합니다.

연구팀은 2030년 이후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결론…"버려지는 열을 전기로 바꾸는 기술, 현실로"

열전 소재는 그동안 가능성은 크지만 제약이 많았던 기술입니다. 이번 연구는 고성능·저비용·친환경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열전 소재의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 단계로 이어질 경우, 전자기기 냉각부터 신재생 에너지까지 산업 전반의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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