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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시작하면 못 끊는다는 마약..뇌 속 '중독' 핵심 통로 찾았다

기사입력
2026-03-09 오전 09:37
최종수정
2026-03-09 오전 09:37
조회수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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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끊지 못하는 마약..이유는?

마약 중독은 약물을 끊은 뒤 오랜 시간이 지나도 특정 환경적 단서나 스트레스 등 사소한 자극에 다시 갈망이 되살아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재발 위험이 매우 높은 이유이자 치료를 매우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이러한 현상은 충동을 조절하는 전전두엽 피질(PFC)의 기능 저하 때문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전전두엽 피질 내부의 어떤 신경세포들이, 어떤 방식으로 하위 뇌 회로를 조절함으로써 금단 이후에도 약물 탐색 행동이 지속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습니다.

KAIST 뇌인지과학과 백세범 석좌교수와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 대학(UCSD) 임병국 교수 연구팀은 전전두엽 내 '특정 억제성 신경세포'가 코카인 중독 행동을 조절하는 핵심 원리를 규명했습니다. 중독 재발의 원인이 단순한 뇌 기능 저하가 아니라 특정 신경세포 회로의 불균형이었다는 겁니다.

◆ 무엇이 '중독'과 '금단' 결정할까?

연구팀은 뇌에서 다른 신경세포의 활동을 억제해 신경 신호의 균형을 조절하는 파발부민 양성(Parvalbumin-positive, PV) 억제성 신경세포에 주목했습니다. 이 세포는 뇌의 흥분 신호를 조절하는 일종의 '브레이크 게이트(brake gate)' 역할을 하는데, 금단 이후 나타나는 마약 탐색 행동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임이 드러났습니다.

우리 뇌의 전전두엽 피질(PFC)은 흥분 신호와 억제 신호가 균형을 이뤄야 충동을 억제하는 '브레이크'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만성 약물 노출이 이러한 균형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확인하기 위해 쥐를 대상으로 코카인 투여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면, 코카인 자가 투여, 금단 및 소거 단계로 이루어진 생쥐 모델 실험을 이용한 건데, 전전두엽 피질 내 억제성 신경세포들의 활동 변화를 장기간에 걸쳐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전전두엽 내 억제성 신경세포들이 언제 활성화되고 하위 뇌 영역으로 어떻게 신호를 보내는지 추적했습니다.

◆ '중독'의 핵심 통로를 찾다

실험 결과, 전전두엽 피질 내 억제성 신경세포의 약 60~70%를 차지하는 파발부민(Parvalbumin, PV) 세포는 쥐가 코카인을 찾으려 할 때 활발하게 작동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약물을 찾지 않도록 훈련하는 '소거 훈련(extinction training)'을 진행하자 이 세포의 활동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PV 세포의 활동 양상이 중독에 의해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소거 과정을 통해 다시 조절될 수 있다는 겁니다.

연구팀은 신경 활동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PV 세포의 활동을 억제하자 쥐의 코카인 탐색 행동이 크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반대로 이 세포를 활성화하면 소거 과정 이후에도 약물을 다시 찾는 행동이 지속됐습니다.

이러한 효과는 설탕물과 같은 일반적인 보상에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마약 중독 행동에서만 특이적으로 관찰됐습니다. 이는 같은 억제성 신경세포인 소마토스타틴(SOM) 세포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현상으로, 파발부민(PV) 세포가 마약 중독 행동을 선택적으로 조절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연구팀은 이러한 PV 세포의 조절 작용이 어떤 뇌 회로를 통해 이루어지는지도 확인했습니다. 전전두엽에서 시작된 신호는 보상과 관련된 핵심 뇌 영역인 복측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 VTA)의 보상회로로 전달되며, 이 경로가 마약을 다시 찾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중독 행동 조절의 핵심 통로로 나타났습니다.

이때 PV 신경세포는 이 신호의 흐름을 조절해 도파민(Dopamine) 신호에 영향을 주며, 중독 행동을 유지할지 억제할지를 결정하는 '조절 스위치' 역할을 합니다.

즉, 중독 재발은 전전두엽 전체의 기능 저하 때문이 아니라 특정 신경세포인 파발부민(PV) 신경세포가 전전두엽과 보상 회로를 잇는 신경 경로의 조절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현상이라는 것이 확인된 겁니다.

이번 연구는 중독 행동을 회로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을 제시해, 향후 중독 치료를 위한 세포·회로 기반의 정밀한 조절 전략 개발에 중요한 기초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연구는 UCSD 정민주 박사가 1저자로, UCSD 임병국 교수와 KAIST 백세범 석좌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연구를 주도했으며, 신경과학 분야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뉴런(Neuron) 에 2월 26일 온라인 게재됐습니다.
※ 논문명: Distinct Interneuronal Dynamics Selectively Gate Target-Specific Cortical Projections in Drug Seeking, DOI: 10.1016/j.neuron.2026.0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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