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금속 섞어 안정성·반응성 동시에 확보
전지 출력 2.6배↑…수소 생산 3배↑
물로 수소를 만드는 기술은 오래전부터 주목받아 왔지만, 실제 산업에 쓰기에는 속도와 효율이 발목을 잡아왔습니다. 특히 전지 내부에서 산소가 생성되는 '산소 전극' 단계는 반응이 느려 전체 성능을 제한하는 대표적인 병목 구간으로 꼽혀왔습니다.
보통 물질을 섞으면 불안정해지기 마련이지만, 오히려 여러 금속을 동시에 많이 섞을수록 더 안정화되는 '고엔트로피' 현상이 있습니다. 이 원리를 이용해 수소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전극 소재가 제시됐습니다.
KAIST 기계공학과 이강택 교수 연구팀이 엔트로피를 극대화하는 설계를 통해 전지의 반응 속도와 출력 성능을 크게 향상시킨 새로운 '산소 전극 소재'를 개발했습니다.
◆ 기술 핵심…"많이 섞을수록 더 안정"
Q. 고엔트로피 전극이란 무엇입니까?
일반적으로 서로 다른 물질을 많이 섞으면 구조가 불안정해지지만, 고엔트로피 소재는 오히려 다양한 원소가 뒤섞일수록 구조가 더 안정해지는 특징을 갖습니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전극에 적용해 7종의 금속 원소(Pr, La, Na, Nd, Ca, Ba, Sr 등)를 동시에 도입한 '고엔트로피 이중 페로브스카이트 전극'을 설계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금속이 섞이면 전극 내부에서 전하 이동과 산소 반응이 동시에 원활해져 전기 생산과 수소 생성 반은이 더 빠르게 일어납니다.
◆ 성능 변화…"반응 공간·속도 동시에 개선"
Q. 실제 성능은 얼마나 개선됐습니까?
전극 내부에서 반응이 일어나는 핵심 요소는 '산소 빈자리'입니다. 밀도범함수이론(DFT) 계산 결과, 이 빈자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산소 결함 형성 에너지가 기존보다 60% 이상 낮아졌습니다.
이는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 훨씬 쉽게, 더 많이 만들어진다는 의미입니다.
또 TOF-SIMS(물질 내부에서 이온의 분포와 이동을 확인하는 분석 기법) 분석 결과, 수소 이온 이동 속도가 기존 대비 7배 이상 빨라졌습니다. 이는 전지 내부에서 수소 생성 반응이 훨씬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입니다.
◆ 결과 지표…"출력 2.6배·수소 3배 증가"
Q. 실제 전지 성능은 어느 수준입니까?
새 전극을 적용한 전지는 650℃에서 기존 대비 2.6배 높은 전력 밀도(1.77 W/cm²)를 기록했고, 수소 생산 성능도 약 3배(4.42 A/cm²) 증가했습니다.
또 500시간에 걸친 장기 수증기 조건 테스트에서도 성능 저하가 1% 미만에 그쳐 안정성까지 확보했습니다.
◆ 기존 한계…"속도와 내구성 동시에 문제"
Q. 기존 기술의 한계는 무엇이었습니까?
기존 페로브스카이트 전극은 반응 속도가 느리고 수증기 환경에서 구조가 쉽게 무너지는 문제를 동시에 갖고 있었습니다. 특히 성능을 높이면 안정성이 떨어지고, 안정성을 확보하면 반응 속도가 낮아지는 '트레이드오프'가 핵심 문제였습니다.
이번 연구는 이 두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 기술 의미…"그린수소 경제 전환 가속"
Q. 이번 연구의 산업적 의미는 무엇입니까?
수소 생산 비용의 상당 부분은 효율과 속도에 좌우됩니다.
전극 성능이 개선되면 같은 전력으로 더 많은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결국 수소 가격을 낮추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이강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엔트로피라는 열역학 개념을 이용해 전극의 반응성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그린수소 생산 효율 개선을 통해 수소 경제 상용화를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KAIST 기계공학과 오세은 박사과정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정인철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벤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Advanced Energy Materials) 지난해 12월 16일 자 표지 논문으로 실렸습니다.
◆ 결론…"소재 설계 방식 자체를 바꿨다"
이번 성과는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전극 소재를 설계하는 방식 자체를 바꾼 사례로 평가됩니다.
원소를 줄여 정교하게 만드는 기존의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원소를 섞어 효율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수소 생산 기술의 병목을 구조적으로 해소했다는 점에서 차세대 에너지 전환의 핵심 기반 기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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