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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나는 과학] 정부도 위치 모르는 '슬럼'..위성사진 보고 찾아내는 '착한 AI' 등장

기사입력
2026-03-06 오후 3:37
최종수정
2026-03-06 오후 3:37
조회수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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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조차 모르는 빈민가, '슬럼'

슬럼(Slum).

UN은 슬럼을 '삶의 질이 낮고 오염된 쇠퇴한 지역'으로 정의합니다. 흔히 거주 환경이 열악하고 공공 서비스 등이 부족한 도시 내 빈민 지역을 의미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도시에 이 '슬럼'이 만들어져 있는데, 급격한 경제 침체나 이로 인한 실업, 빠른 도시화로 인한 인근 지역 소멸 등 형성 과정에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합니다.

균형 발전 등을 위해 슬럼을 탐지하고자 하는 연구는 있었지만,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슬럼 위치를 표시한 데이터가 없는 경우가 많아 현장 방문이나 설문에 의존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빠르게 증가하고 변화하는 슬럼의 실태를 제때 파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최근 위성사진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분석 기법이 대안으로 떠올랐으나 이 역시 현실적인 장벽이 존재합니다. 인공지능 학습의 핵심인 정답 데이터가 매우 부족할 뿐만 아니라, 지역마다 슬럼의 모습과 구조가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에 국내 연구진이 위성사진만으로 슬럼 지역을 스스로 찾아내는 인공지능을 개발했습니다. 사람이 미리 위치를 표시해 주지 않아도 새로운 도시에서 자동으로 적응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한 겁니다.

◆ 위성사진 찍으면 AI가 골라낸다

KAIST 전산학부 차미영 교수와 기술경영학부 김지희 교수 공동 연구팀은 전남대학교 지리학과 양재석 교수와 함께 학제 간 융합 연구를 통해 위성사진 기반 범용 슬럼 탐지 AI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테스트 시점 적응(Test-Time Adaptation, TTA)' 기술입니다. 이는 인공지능이 사전에 학습한 지식에만 머물지 않고, 새로운 환경의 위성 사진을 분석하는 시점에 모델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하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새로운 도시에서 슬럼 위치를 사람이 미리 표시하지 않아도, AI가 여러 모델의 예측 결과를 비교·검증해 공통적으로 일치하는 영역만을 신뢰함으로써 스스로 오류를 줄이도록 한 겁니다.

또 연구팀은 여러 개의 AI 모델이 서로 다른 지역 특성을 학습하고, 새로운 도시가 입력되면 가장 적합한 모델을 자동으로 선택하는 '전문가 혼합(Mixture-of-Experts, MoE)' 구조를 도입했습니다.

이 MoE 구조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 중 가장 적합한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위성 사진이 입력되면 인공지능 모델은 '맞춤형 경로 선택(Adaptive routing)'을 통해 해당 사진에 가장 적절한 전문가를 스스로 찾아 연결합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구조를 이용해 특정 지역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지역별 특징을 학습함으로써 일관된 성능을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또 인공지능이 새로운 환경의 위성 사진을 접하는 순간 해당 지역의 특성에 맞춰 자신의 성능을 실시간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 불균형 줄이는 '착한 AI' 될까?

연구팀은 해당 기술을 실제 아프리카 캄팔라(Kampala), 마푸토(Maputo) 등 주요 도시에 적용한 결과, 기존 최신 기술보다 더욱 정교하게 슬럼 지역을 구분하는 성과를 확인했습니다. 인공지능이 데이터 사각지대인 저개발 국가의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인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은 향후 △ 개발도상국 도시 인프라 확충 계획 수립 △ 재난·감염병 취약지역 사전 파악 △ 주거환경 개선 사업 대상 선정 △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 점검 등 다양한 정책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연구는 세계 최고 권위의 인공지능 학술대회 '국제인공지능학회(AAAI) 2026'에서 '사회적 임팩트 AI(AI for Social Impact)' 부문 최우수논문상(Best Paper Award)을 수상했습니다.

해당 부문에 제출된 693편 중 단 2편만이 선정된 최고 영예로, 한국 연구팀의 혁신적인 AI 기술력이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실질적인 사회적 가치 창출 측면에서도 세계 최정상 수준임을 확인시켜 준 쾌거입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전산학부 이수민, 박성원 석박사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1월 2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AAAI 2026에서 발표됐습니다.

※ 논문명: Generalizable Slum Detection from Satellite Imagery with Mixture-of-Experts, 논문링크 : https://aaai.org/about-aaai/aaai-awards/aaai-conference-paper-awards-and-recogn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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