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출범 나흘 만인 13일 인적 쇄신 대상을 규정하고 이들의 공개 사과를 촉구하자 혁신위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격화하는 모습입니다.
혁신위가 탄핵·계엄 사죄, 대표 단일 지도 체제 구성과 같은 혁신안을 잇달아 내놓으며 속도전에 나서자 당 일각에서는 특검 수사로 자당 의원들이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탈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 문제를 사죄하는 게 맞지 않는다는 반발이 나왔습니다.
지도체제 개편 방향을 두고도 이견이 표출되고 있습니다.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당이 새로워지겠다는 것을 가로막고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얘기하는 분들은 당을 떠나야 한다"며 혁신안에 반기를 든 의원들을 '인적 쇄신 0순위'라고 직격했습니다.
앞서 혁신위는 출범 하루 만인 지난 10일 계엄·탄핵 등에 대한 '대국민 사죄'를 당헌·당규 수록하는 것을 '1호 혁신안'으로 제안했습니다.
11일에는 현재의 최고위 체제를 폐지하고 당 대표 단일 지도체제로 의사 결정 구조를 전환하는 것을 '2호 혁신안'으로 채택했습니다.
혁신위는 다음 달로 예상되는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전에 구체적인 쇄신 로드맵을 만들겠다는 태세입니다.
이를 두고 당장 당 일각에서는 당헌·당규에 사죄 표현을 명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대표 단일지도체제 전환 추진에 대해서도 정당 민주주의 훼손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장동혁 의원은 혁신위를 공개적으로 비판했습니다.
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의견수렴 없는 혁신안은 갈등과 분열을 되풀이하는 자충수"라고 반발했고, 장 의원은 계엄·탄핵 반성에 대해 "언제까지 사과만 할 것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두 의원은 탄핵 정국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를 강하게 주장했던 강경파로, 옛 친윤(친윤석열)계로 일컬어지는 구(舊)주류로 평가받습니다.
혁신위원장을 사퇴한 안철수 의원도 페이스북에 혁신위의 지도체제 개편안에 대해 "바른길이 있는데 왜 역주행하려 하느냐"며 "당원의 최고위원 선택권을 빼앗아 대표에게 헌납하는 것은 당내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 위원장은 당내 갈등의 뇌관으로 꼽히는 이른바 인적 청산 방식으로 당원소환제 대상 확대안을 꺼내 들며 당내 반성과 쇄신을 재차 촉구했습니다.
특히 인적 쇄신 대상을 규정하면서 윤석열 정부 당시 여당으로서의 실책부터 이번 대선 패배까지 당을 현재 상황까지 오게 한 '8대 사건'을 지목했습니다.
8대 사건은 ▲ 대선 실패 ▲ 대선 후보 교체 시도 ▲ 대선 후보의 단일화 입장 번복 ▲ 계엄 직후 의원들의 대통령 관저 앞 시위 ▲ 당 대표 가족 연루 당원 게시판 문제 ▲ 22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 공천 원칙 무시 ▲ 특정인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 ▲ 지난 정권서 국정운영 왜곡 방치 등입니다.
안 의원의 혁신위원장 사퇴 이후 구주류는 인위적 인적 청산에 대한 거부감을 강하게 표출했고, 친한(친한동훈)계를 비롯한 비주류는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맞붙은 상태입니다.
윤 위원장은 더 나아가 대선뿐 아니라 지난 여당 시절 국정 책임 전반으로 책임 규명 범위를 넓혔습니다.
구주류, 친한계 등 계파를 떠나 당이 현 상황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한 셈입니다.
윤 위원장은 "지금 이 상황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인적 쇄신의 본질은 탄핵의 강을 건너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과거의 잘못을 분명히 인정하고 벗어나는 것이 쇄신"이라고 말했습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윤 위원장의 얘기는 당 전체가 반성하고 사죄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며 "어느 특정인이 아니라 모두가 인적 청산의 대상이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인적 쇄신 논란이 몸집을 더 키우자 당 지도부는 당분간 당내 의견 수렴 절차를 사유로 들어 쇄신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혁신안을 그대로 밀어붙일 경우 당내 분란이 고조할 우려가 있는 반면 즉각 거부하는 것도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균형점 찾기에 나설 것이란 예상입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안이 다음 주 초 당원투표에 부쳐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는 질문에 "앞으로 혁신안이 추가로 나올 것으로 생각하고, 이때까지 나온 혁신안을 구체화하기 위해선 그 방법론에서도 조금 검토할 부분이 필요하다"며 "당내 논의와 비대위 차원 논의, 의원총회를 거치면서 좀 더 논의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TJB 대전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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