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이중층 '상전이' 분자 수준 최초 규명
배터리·수소 기술 효율 향상 단서 확보
휴대전화 충전부터 수소 생산까지 에너지 기술의 핵심으로 꼽히는 전기화학 반응의 작동 원리가 분자 수준에서 처음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로써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원하는 반응만 선택적으로 유도해 에너지 효율과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설계 기준이 제시됐습니다.
KAIST 화학과 김형준 교수 연구팀은 POSTECH 화학과 최창혁 교수, UNIST 신승재 교수와 함께 전극과 전해질이 맞닿는 '전기 이중층' 내부에서 구조가 바뀌는 상전이 현상을 규명했습니다.
전기화학 반응은 전극과 전해질 사이 초미세 경계면인 '전기 이중층'에서 일어납니다. 이 영역에서는 물 분자와 이온의 배열이 반응 속도와 경로를 좌우하지만, 실제 구조는 오랫동안 분자 수준에서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전해질 농도가 높아질수록 전기용량 그래프가 두 개의 봉우리를 가진 '낙타' 모양에서 하나의 봉우리인 '종' 모양으로 바뀌는 현상이 약 100년간 관측돼 왔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정밀 시뮬레이션과 실험을 결합해 이 변화의 핵심 메커니즘을 찾아냈습니다. 전압 조건에 따라 두 가지 구조 변화가 동시에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음극에서는 물 분자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집단 재배열되고, 양극에서는 음이온이 전극 표면에 밀집해 2차원 구조를 이루는 '응축'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각각의 변화가 전기용량 그래프의 봉우리를 만들며, 전해질 농도가 높아질수록 두 현상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곡선 모양이 '낙타'에서 '종'으로 전환됩니다.
다시말하면 한쪽에서는 물 분자들이 줄을 맞춰 정렬되고 다른 쪽에서는 이온들이 빽빽하게 모이는데. 농도가 높아지면 이 두 현상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그래프 모양도 두 봉우리에서 하나로 바뀝니다.
연구진은 전극 전압과 전해질 농도에 따라 전기 이중층 구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정리한 '상도표'를 세계 최초로 제시했습니다. 또 이러한 이론을 실시간 적외선 분광 기법을 활용해 실제 실험으로 입증했습니다.
김형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보이지 않는 미세한 전기화학 반응 환경을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며 "전기 이중층의 상전이를 정밀하게 제어하면 배터리 충전 속도를 높이고 수소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전기 이중층을 단순한 경계면이 아닌 '상전이 시스템'으로 해석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번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3월 7일 자로 실렸습니다.
< copyright © tjb,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 300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