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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나는 과학]"우주 방사선 견디는 AI칩"…자율위성 길 연다

기사입력
2026-03-19 오후 4:22
최종수정
2026-03-19 오후 4:2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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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칩' 넘어 '판단하는 칩'…우주 AI 반도체 방향 전환
20년 이상 방사선에도 학습 유지…위성 자율운용 가능성

우주 환경에서 인공지능(AI)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위성이나 탐사선이 눈과 두뇌를 잃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지금까지 우주 방사선에 반도체에 문제가 생겨 위성이나 탐사선의 컴퓨터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되거나 오동작한 사례가 적지 않게 보고됐습니다.

최근 우주 탐사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을 처리할 반도체 소자가 우주의 가혹한 방사선 환경을 견딜 수 있도록 '내방사선' 특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이런 한계를 넘기 위해 실제 우주 수준의 방사선 환경에서도 학습 기능을 유지하는 AI 반도체를 구현해 ‘우주에서도 생각하는 칩’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와 충북대학교, 벨기에 IMEC 공동연구팀이 과기정통부의 지원 아래 우주 방사선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차세대 AI 반도체 소자를 개발하고 이를 세계 최초로 검증했습니다.

◆ 무엇이 달라졌나

기존 우주 반도체와 목표 자체가 다릅니다.

지금까지 우주용 반도체는 오류를 줄이고 고장을 피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망가지지 않는 칩”이 핵심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인공지능 기능을 실제로 수행하는 ‘뉴로모픽 반도체’를 우주 환경에서 검증했습니다. 사람 뇌의 시냅스를 모방한 구조를 활용해 학습과 연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

핵심은 인듐·갈륨·아연 산화물(IGZO) 기반 시냅틱 트랜지스터입니다.

연구진이 사용한 소재는 인듐·갈륨·아연 산화물(IGZO)입니다. 이 물질로 만든 시냅틱 소자는 낮은 전력으로도 데이터 학습과 연산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특히 뉴로모픽 시스템의 핵심인 ‘시냅스 가소성’, 즉 학습에 따라 신호 전달이 달라지는 특성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 우주 환경 실험은 어떻게 진행됐나

실제 방사선을 쏘는 방식으로 내구성을 검증했습니다.

연구진은 원자력연구원의 양성자가속기를 활용해 고에너지 방사선을 직접 조사했습니다. 단순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실제 물리적 충격을 가한 것입니다.

실험 조건은 지구 저궤도에서 20년 이상 노출되는 수준에 맞췄습니다. 보통 지구 저궤도 위성 수명이 5~15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가혹한 조건입니다.

◆ 결과는 어느 정도였나

일부 성능 저하는 있었지만, 핵심 기능은 유지됐습니다.

방사선 영향으로 전류가 줄어드는 현상은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핵심 기능인 스위칭 동작과 뉴로모픽 특성인 시냅스 가소성, 즉 학습 능력은 유지됐습니다.

즉, 회로 일부가 약해지더라도 AI 연산 구조 자체는 무너지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우주 환경에서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오작동’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성과입니다.

◆ 실제 AI 성능도 검증됐나

단순 생존이 아니라 실제 연산까지 확인됐습니다.

손글씨 데이터를 인식하는 실험에서 약 92.6%의 정확도를 기록했습니다. 또 시계열 정보 처리에 적합한 ‘레저버 컴퓨팅’ 구조를 구현해 4비트 수준의 연산 능력도 확인했습니다.

이는 우주 방사선 환경에서도 단순히 버티는 수준을 넘어, 실제 데이터 처리까지 가능한 단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왜 중요한가

위성의 역할 자체를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위성은 데이터를 지상으로 보내고, 분석은 지상에서 처리했습니다. 하지만 우주에서 직접 판단이 가능해지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재난 감지나 군사 감시, 기후 분석 등에서 실시간 판단이 가능해집니다. 통신 지연 없이 즉각 대응이 가능해지는 셈입니다.

결국 '단순 관측 장비'에서 '자율 판단 시스템'으로 위성의 역할이 확장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반도체 공정 재료 과학 저널(Materials Science in Semiconductor Processing) 3월호에 실렸습니다.

◆ 앞으로 과제는 무엇인가

성능 안정성과 시스템 확장이 남아 있습니다.

연구진은 고에너지 방사선 환경에서도 뉴로모픽 시스템이 충분히 작동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후속 연구에서 방사선 환경에서 성능 저하를 줄이고 회로 수준 검증을 추가로 진행해 실제 적용 가능성을 높일 계획입니다.

과기정통부 오대현 미래전략기술정책관은 "이번 성과는 극한 환경에서도 AI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사례"라며 "우주·항공용 AI 반도체 기술 자립을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성과는 단순한 소재 개발을 넘어섭니다. 우주에서도 '버티는 반도체'에서 '생각하는 반도체'로의 전환이 현실화될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우주 산업의 경쟁력 역시 이 이점에서 갈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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