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이 된 이상 기후'..예측 방법은 없나?
지난해 7월 17일 새벽, 충남 서산에는 1시간 동안 114.9mm의 비가 내렸습니다. 지금과 같은 기상관측을 시작한 1968년 이후 7월 1시간 강수량으로는 역대 최고치였습니다.
바로 옆 충남 홍성에도 1시간 동안 98.2mm의 폭우가 쏟아졌는데, 이 역시 해당 지역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역대 7월 1시간 최고치였습니다.
이 당시 전국에 호우 긴급재난문자는 모두 26차례 발송됐는데, 이 중 25번은 모두 충청권에 내려졌습니다. 호우 긴급재난문자는 1시간 강우량이 50㎜ 이상이면서 3시간 강우량이 90㎜ 이상이거나, 1시간 강우량이 72㎜ 이상일 때 기상청이 직접 발송합니다.
이처럼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일상이 되어버린 이상 기후'로 인해 국지적 집중호우와 같은 극단적 기상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 대규모 인명, 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재난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신속하고 정밀한 강수 예측 기술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지형이 복잡하고, 여름철 장마부터 태풍, 국지성 소나기, 겨울철 폭설 등 다양한 기상현상이 발생하는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예측 기술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입니다.
◆ 이상기후, 왜 예측하기 어려울까?
기존의 수치예보(NWP) 모델은 높은 계산 비용으로 인해 시-공간 해상도에 제한이 있어, 국지성 호우를 대비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습니다. 또 대규모 계산에 소요 되는 시간으로 인해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극단적 폭우에 신속한 예측과 대응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많은 양의 데이터와 AI 분석 기술 등에 힘입어, 최근에는 딥러닝을 활용한 예측 모델이 기존의 수치예보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 기술로 개발된 강수 예측 모델은 한국 기상환경에 특화되어 있지 않고, 사용된 데이터셋 역시 극한 강수와 일반 강수를 균형 있게 반영하지 못해 일반적 상황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극단적 폭우에 대한 예측 정확도가 부족하다는 한계는 여전합니다.
또 최근 예측 모델로 활용되는 확산(diffusion) 모델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정확도를 보였으나, 막대한 연산과 추론 비용으로 인해 실시간 재난 대응 체계에 적용되기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 '잠시 뒤 비가 올까?'..AI는 알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이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레이더 영상만을 가지고도 극한 강수를 포함한 다양한 기상 상황을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한 겁니다.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홍영준 교수팀이 국지적 시공간 주의(Attention) 메커니즘과 새로운 업샘플링 구조를 결합한 초단기 강수 예측 AI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응용수학적 접근으로 AI의 구조를 설계한 것이 기술의 핵심입니다.
연구팀은 한국 기상청(KMA)의 10분 간격, 4km 해상도의 레이더 관측자료를 기반으로, 초단기 강수 예측을 위한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모델은 과거 한 시간의 레이더 영상을 기반으로 향후 최대 여섯 시간까지의 강수 분포를 예측하도록 구성됐습니다.
모델은 3D Swin Transformer를 기반으로 인코더-디코더 구조로 설계됐습니다. 국지적, 극한 강수 영역의 세밀한 구조를 보존하기 위한 3차 이중 업샘플링 구조(Cubic Dual Upsample)와 예측 시간을 유연하게 보존하기 위한 시간 추출(Temporal Extractor) 모듈이 적용됐습니다.
쉽게 말하면, 레이더 영상에서 급격하게 변화하는 강수 패턴에 집중적으로 계산 자원을 할당하는 '국지적 주의 메커니즘'을 도입해, 초단기(1~6시간) 집중호우를 발생시키는 미세한 정보는 정확하게 복원하면서도, 불필요한 계산을 최소화해 효율성을 극대화한 겁니다.
◆ 'K-극한호우' 맞춤형 분석 방법 찾았다
연구팀은 개발된 모델의 성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미국과 프랑스, 한국 기상청의 실제 관측 자료를 활용한 검증에 나섰습니다.
실험 결과, 이번 모델은 기존의 최신 글로벌 모델과 비교해 높은 정확도를 보였으며, 특히 한국의 극단적인 강수 상황에서는 계산량이 20배 이상 향상됐으며, 예측 정확도 또한 크게 개선됐습니다. 실제로 지난 2023년 폭우 사례에 적용한 결과, 위험 가능성 상황을 사전에 포착할 수 있음도 확인됐습니다.
◆ '한국형 기상예측 모델' 기대감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 기상 환경에 최적화된 초단기 강수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극한 강수에 대한 고해상도, 고성능 예측을 달성하는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확산기반 대형 모델 이상의 성능을 현저히 낮은 계산 비용으로 달성한 결정론적 모델로 정밀성과 신속성을 동시에 갖춘 한국형 인공지능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를 통해 한국 기상 특성을 반영한 초단기 강수 예측 모델 개발의 기반을 마련했으며, 향후 한국형 기상예측 모델로 고도화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이번에 개발된 모델을 KMA 관측자료를 중심으로 학습, 검증된 뒤 국내 기상 환경에 적합한 예측 기술을 축적하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예측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어려움은?"..연구진과의 일문일답
- 연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은?
= 재난 피해를 크게 일으키는 것은 보통 폭우와 같은 극단적 기상현상.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극단적 강수는 발생 빈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학습 데이터 관점에서는 오히려 가장 부족한 영역에 해당해.
최근 해외 연구에서 고비용의 수치예보 모델을 데이터 기반 인공지능이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다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고, 특히 수리과학 기반의 방법론을 활용하면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적은 영역에서도 물리적 구조를 반영해 학습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어. 이러한 접근을 한국 기상환경에 적용해 보고자 했어.
- 연구 과정서 겪은 어려움은?
=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어려움은 기존에 다뤄보지 않은 분야이기에 극단적 폭우의 정의·사용 데이터·평가 기준을 먼저 정립해야 했다는 점이야. 선행연구와 국제 기준을 폭넓게 조사한 결과, 지역별로 강수의 빈도와 강도가 달라 단일 임계값으로 폭우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했고, 이에 여러 임계값 구간에서 성능을 함께 평가하는 방식으로 경향성을 분석하여 모델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었어.
- 이번 성과가 가지는 가장 큰 차별점?
= 이번 기술의 가장 큰 차별점은 정확하면서도 가벼운 모델이라는 점. 기존에 개발되었던 해외의 모델들은 확산모델을 기반으로 개발된 생성모델이었기 때문에 필요한 계산량이 매우 크고, 그로 인해 실시간 예측이 어려운 한계가 있었어. 하지만 이번에 개발된 모델은 가벼운 결정론적 모델이기 때문에 실시간 예측이 가능하며, 정확도 역시 생성모델에 비해 우수한 점에서 실용적인 확장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
개발과 검증에 한국 데이터가 사용되었다는 점도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 기존 모델들은 미국(SEVIR)이나 유럽(MeteoNet)의 데이터를 사용해 개발되었기 때문에, 한국의 기상환경에 적용하기에 부적합할 수 있었어. 이번 연구는 이들 데이터셋을 포함하여 한국(KMA) 데이터셋에서도 별도로 학습, 검증 및 비교를 진행하였으며, 한국 데이터셋에서 해외 모델 대비 월등한 성능을 달성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
- 향후 목표가 있다면?
= 현재 개발된 모델은 강수 레이더를 기반으로 하지만, 레이더 단일 종류로는 관측할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어. 또 레이더로 대기중에서 관측되는 강수량과 실제 지상에서 관측할 수 있는 강수량에도 차이가 존재해. 현재는 이를 극복하고 정확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위성, 지상관측 데이터를 함께 사용하는 통합 모델을 연구하고 있는데, 연구가 진척되어 실질적 기상 예보에 활용될 수 있기를 기원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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